
임신 중 약물 복용은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하였던 1980년대 이전에는 임신 중 약물 복용으로 인한 태아의 기형아 사례가 많이 보고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들로 대체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른 약물의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하여 이해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 기본적인 원칙들만 지킨다면 임산부도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임신 기간별로 복용할 수 있는 약물과 위험 약물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임신 초기 약물 복용 시 주의 사항
임신 1~12주는 태아의 주요 장기인 뇌, 척추, 팔다리 등과 신경계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약물 복용에 가장 민감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약물을 잘못 복용하였을 경우에 기형, 유산, 발달 이상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약물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좋고, 만약 필요하다면 약리학적 작용 및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확실한 약물을 선택하여 최소 용량으로 최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으로 이루어진 타이레놀은 임신 중 사용으로 기형을 유발하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감기, 두통, 고열 등의 증상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감기약은 종합감기약으로 항히스타민제, 진해제, 항울혈제, 그 외 카페인 등 여러 가지 첨가제가 들어있으므로 임신 중에는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상의 후 적절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벼운 감기의 경우에는 내 몸의 면역력이 약해져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약을 먹기보다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 등의 보존적 요법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 구토에 많이 쓰이는 메토클로프라마이드와 비타민 B6의 경우에는 임신 중 복용으로 기형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보고되어 있으므로 입덧이 심하다면 복용을 권고한다.
임신 초기에 일부 항생제, 피부과 약물(여드름 치료제), 호르몬 계열의 약물 등은 태아 기형과 관련한 위험이 보고되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임신 중기 약물 복용의 특징
임신 13~27주는 태아의 주요 장기의 형성이 어느 정도 완료된 후 기능적인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임신 초기보다는 약물에 의한 기형 발생의 위험은 감소하지만 성장 지연, 기능적인 장애 혹은 특정 장기의 독성 가능성은 존재한다.
또한 태반의 혈류량이 증가하여 약물 전달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약물의 혈중 농도와 반감기 등 약리학적 특성 또한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 만성 질환이 있는 임산부의 경우 약물 복용으로 인하여 태아에게 미치는 위험과 질환 자체를 방치하였을 때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위험을 비교하여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본인의 무분별한 판단으로 인한 약물 중단은 오히려 산모의 상태 악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 중기에는 빈혈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칼슘제, 비타민D와 같은 영양제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된다.
변비약의 경우 변 완화제와 장운동 촉진제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변 완화제는 임신 중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장운동 촉진제는 사용할 수는 있으나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조기 진통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 중의 일부, 항우울제 등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등은 주의가 필요하나 약의 종류와 사용량, 사용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임신 중임을 알리고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임신 말기 약물 복용의 고려 사항
임신 28주 이후부터 출산까지는 임신 말기로 구분하며 대부분 장기의 기능적 성숙 및 체중 증가가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약물 복용은 출산 과정, 출산 전후의 합병증 및 출생 후 적응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항혈전제의 경우 태아 동맥관의 조기 폐쇄, 신생아 응고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는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장기간의 복용은 태반을 통과한 약물이 신생아 체내에 남아 약물 독성이나 금단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변비약과 제산제 역시 의료진과 상의하여 용량과 복용법을 정해야 한다. 진정제나 수면제, 호흡기 약물 중의 일부는 신생아 호흡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출산이 임박해질수록 복용 중이었던 약물도 재평가해야 하며, 출산 후 모유 수유의 계획이 있는 경우 약물이 모유를 통해 전달되는지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임신 중 약물 복용은 임신 주수, 복용 약물의 용량과 기간, 약물의 약리학적 기전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임신 중 복용에 관하여 부작용 사례가 밝혀진 약보다 특별히 문제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100% 안전하다고 말할 만한 임상적인 연구 결과가 없는 약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동물 실험을 통해 그 안전성이 보장되었지만, 직접적으로 임산부를 대상으로 실험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의 위험성과 약물을 복용했을 때의 위험성을 비교하여 복용을 결정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본인이 임의로 복용을 결정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